Biography

돈선필(b. 1984)은 하위문화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대상과 배경, 그리고 그에 대한 애정을 건조하게 해체해내는 작가이다. 작가에게 피규어로 대표되는 소위 ‘오타쿠’ 문화의 변방은 단순히 취미나 가벼운 애정을 쏟는 대상이 아니라, 흥미로운 사회 현상이자 공유된 미적 감각의 단서이다. 그는 순수미술 영역의 바깥에 태동한다고 단언되는 것들, 즉 하위문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미술계 내 담론으로 이끌어 와 각자의 방식을 서로에게 투과하고 교차시켜본다. 한 손에는 애정을, 다른 한 손에는 엄격한 미적 감상의 태도를 유지하는 작가는 피규어를 만들어낸 문화 전반과 특정 서사, 대상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피규어라는 부가 창출물들이 갖는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 논리적 완결성 등을 집요하게 탐구하여 이를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작가는 피규어를 동일한 미적 지향성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만들어낸 대량생산물로 보고, 이 특정한 개인들, 공동체가 생겨난 바탕인 사회, 문화의 면면을 들여다 본다. 나아가 피규어와 순수미술의 접점을 ‘감상 외에는 쓸모가 없다’로 가정하여, 예술 작품 감상을 ‘덕질’에 비유한다. 이런 건조한 시선 하에 피규어는 본래의 색채나 특유의 스케일이 주는 느낌을 제한 채 재생산된다. 단색이거나, 원본과는 달리 크거나 작아진 피규어들은 단지 관망할 수 밖에 없는, 허망하지만 그 자체로 만족스러운 물체가 된다.

 

돈선필은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학부 졸업 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23), YPC 스페이스(서울, 한국, 2022), 리틀아트선재센터(쿤스트할오르후스, 덴마크, 2021), 아트선재센터(서울, 한국, 2020),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서울, 한국, 2019), 취미가(서울, 한국, 2018), 시청각(서울, 한국, 2016)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서울, 한국, 2022), 대림미술관(서울, 한국, 2020), 단원미술관(안산, 한국, 2019),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이즈호텔(서울, 한국, 2018), 그라시 미술관(라이프치히, 독일, 2018), 더 프린트 룸(런던, 영국, 2017), 교역소(서울, 한국, 2016), 상상마당갤러리(서울, 한국, 2015) 등에서 연 단체전에 참여했다. 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0)에 입주하여 작업한 이력이 있다. 『피규어 TEXT: 원더 페스티벌 리포트』(2019), 『민메이 어택: 리-리-캐스트』(2016), 『피규어 TEXT』 (2016) 등의 책을 펴냈다. 2009년 제15회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해 주목 받았고 2023년 제1회 서울예술상 시각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리움의 《아트스펙트럼 2024: 드림 스크린》에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시립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등의 기관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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