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

차현욱(b. 1987)은 기억의 수집과 재구성을 통해 현재와 미래, 그리고 개인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독창적인 회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한국 전통 채색화의 재료와 기법에 바탕을 두면서도,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업은 전통 산수화의 준법에서 유래한 선적 표현과 서양화에서 볼 수 있는 즉흥성과 우연성을 절묘하게 결합한다. 차현욱은 한지 위에 마른 붓질을 여러 번 쌓으며 색을 중첩시키고, 붓질의 압력으로 선처럼 남은 자국을 통해 수분이 깊게 스며들지 않는 독특한 화면을 만든다. 이러한 기법은 전통 한국화의 안채(아교와 천연 전분을 혼합한 수성 안료)와 호분(조개껍질이나 석회를 사용한 백색 안료)을 사용하면서도, 색과 형상의 배치에서 자유롭고 실험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처럼 차현욱은 한국적 산수화와 서구적 풍경화의 경계를 허물며, 기억의 풍경이 담긴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만들어간다.

 

차현욱의 작품 세계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기억’이다. 그는 주변 세계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을 수집하고, 이를 예술적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기억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지 않으며, 경험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왜곡되고 응결되어 화면 위에 재탄생한다. 이러한 기억의 파편들은 마치 침전된 퇴적물처럼 작품 속에 차곡차곡 쌓여 풍경을 이룬다. 특히, 차현욱의 화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나무와 구름은 기억과 감정을 구체화하는 상징으로, 작가 스스로 여러 지역을 거쳐 형성된 이방인의 자아를 반영한다. 버드나무는 고향의 기억을 은유하고, 향나무는 낯선 땅에서 마주하는 어색하고 이질적인 타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낮과 밤의 경계에서 발견되는 ‘낮달’, 몽환적으로 흩어지는 구름은 기억과 시간의 흐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에게 기억이란 단순히 과거를 저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구성하는 살아 있는 조각들이다.

 

차현욱은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24), 갤러리 플레이리스트(부산, 한국, 2023), 예술공간 의식주(서울, 한국, 2022), 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 한국, 2018),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청주, 한국, 2015) 등이 있으며, 금호미술관(서울, 한국, 2022), 대구예술발전소(대구, 한국, 2020),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전남, 한국, 2018), 대구미술관(대구, 한국, 2017) 등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8년 ‘올해의 청년작가상’(대구문화예술회관), 2020년 ‘제4회 광주화루 10인의 작가’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구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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