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유정
인식의 다름에 의하여 보통의 풍경은 언제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엄유정(b. 1985)의 그리기는 유연한 시간 속에서 진행된다. 관점에 따라 매번 달리 목격되는 대상의 생김새를 오래 관찰하고 회화로 옮겨낸다. 형태의 가능성을 다각도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빙하〉(2017-23)는 아이슬란드에서 본 빙하의 모습을 소재 삼아 그린 회화 연작이다. 바다와 땅의 경계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대상의 유동성을 그림에 담고자 했다. 빙하의 면면은 녹을 듯 녹지 않는 부피로, 투명한 듯 불투명한 색채로, 닮은 듯 다른 저마다의 형태로 기다란 바라봄의 시간을 붙잡아 둔다.
엄유정은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부를 졸업했다. 에이라운지(서울, 한국, 2023),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서울, 한국, 2021), 소쇼(서울, 한국, 2021),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청주, 한국, 2019), 갤러리 팩토리(서울, 한국, 2016)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24),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서울, 한국, 2023),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서울, 한국, 2023; 2022; 2020), 금호미술관(서울, 한국, 2023), 성남큐브미술관(성남, 한국, 2022), 토탈미술관(서울, 한국, 2020), 대전시립미술관(대전, 한국, 2020), 디뮤지엄(서울, 한국, 2019),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2018),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 한국, 2016) 등의 기관이 연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2년 글랜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스코틀랜드, 영국), 2020년 경기창작센터(안산, 한국), 2013년 리스투스 아티스트 레지던시(올라프스피외르뒤르, 아이슬란드)에 입주해 작업했다. 지난 2021년 작품집 『푀유』가 독일의 ‘2021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최고상인 골든레터를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의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