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빈
정경빈(b. 1993)은 몸의 이미지를 소재로 그린 공감각적 화면 위에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풀어 놓는다. 〈하얀벽_살들과 땅〉(2023)은 캔버스 표면을 살갗에 비유한 수사가 돋보이는 회화다. 화면이라는 지평에 묻힌 몸이 점차 땅 위로 드러나는 과정을 상상하며, 한 겹 피막을 벗긴 핏빛 살점을 시야 가득 채색했다. 〈죽음의 이미지보다 더 가깝고 선명한〉(2021)의 화면 속 버드나무 가지는 병든 날 떨구어지던 머리카락의 이미지와 결합된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그 또한 몸을 지나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토록 찬란한 회화의 화면은 그러한 공포를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 묻어 둔 삶의 흔적이다.
정경빈은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를 졸업했다. 상업화랑(서울, 한국, 2022), 갤러리175(서울, 한국, 2020), 인스턴트루프(서울, 한국, 2020)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24), 뮤지엄헤드(서울, 한국, 2023), 하이트컬렉션(서울, 한국, 2023), 상업화랑(서울, 한국, 2023), 웨스(서울, 한국, 2023; 2021), 아트스페이스3(서울, 한국, 2022), 디스이즈낫어처치(서울, 한국, 2021) 등의 기관이 연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