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ight of Floating Time
6월 29일부터 8월 15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 중국(타이완 포함), 인도작가 미디어 전시가 열린다.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중국과 인도의 완성도 높은 미디어 작품이 이미 오래 전부터 미술계에 소개되어 왔다. 특히 첸 시에전, 날리니 말라니 등 중국과 인도 미디어아트의 개척자, 혹은 선도자 격의 작가들이 주축이 된 이번 전시에서 이들 작품의 성숙한 면모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위 작가들과 더불어 예 링한, 실파 굽타와 같은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작가들을 통해 중국과 인도 미디어아트의 현주소를 함께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6월 29일부터 8월 15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 중국(타이완 포함), 인도작가 미디어 전시가 열린다.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중국과 인도의 완성도 높은 미디어 작품이 이미 오래 전부터 미술계에 소개되어 왔다. 특히 첸 시에전, 날리니 말라니 등 중국과 인도 미디어아트의 개척자, 혹은 선도자 격의 작가들이 주축이 된 이번 전시에서 이들 작품의 성숙한 면모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위 작가들과 더불어 예 링한, 실파 굽타와 같은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작가들을 통해 중국과 인도 미디어아트의 현주소를 함께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을 나누어 그 지역 미술의 특징을 열거하는 것은 지금처럼 다문화가 혼재하는 전지구화된 시기의 미술을 설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방법일 수 있다. 특히 비서구 지역 미술에 대한 관심은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시장이 그들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미개척지를 발견하려는 탐욕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시누아즈리 (Chinoiserie), 자포니슴 (Japonism)과 같은 이색 취미로 치부될 수도 있다. 이렇듯 비서구 지역 미술의 관심이 타자화의 시선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나려면 이들 미술이 기반한 장구한 문명과 역사가 비단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사회와 연속적으로 교감하고 있음을, 또 현대예술이라는 맥락에 전제된 보편성을 이들 미술이 이미 획득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 작가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은 중국, 인도의 현대미술이 이들의 사회와 지속적으로 연계되어 있을 뿐 아니라 ‘현대’라는 맥락에서 이미 활발히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작가들의 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시도는 이미 이들 작가들에게 미디어가 현대성의 경험하는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과 소금, 바닥과 천정, 벽 전체를 통괄하는 화면들로 이루어진 대형 비디오 설치 (날리니 말라니), 퍼포먼스와 미디어아트와의 결합 (소니아 쿠라나), 미디어아트의 사회, 역사 다큐멘터리적 접근 (첸 시에전), 드로잉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장소특정적 경험의 구현 (실파 굽타), 애니메이션 비디오 (예 링한), 극영화의 참고 (왕 지엔웨이), 회화적인 비디오 촬영 (랑비르 칼러카) 등이 그것이다. 또한 작품들이 갖고 있는 고유하고 풍부한 서사성은 이들 작가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미디어아트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제목 ‘부유하는 시간들의 무게 (Weight of Floating Time)’는 서구의 서사에서 나타나는 연속적이고 순차적인 시간 개념으로 보았을 때 이들 작품의 시간의 개념이 단순히 부유하는 듯이 보일 수 있고 이들의 재서사(re-storytelling)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보다는 마치 어디로 비추어질지 모르는 왜곡되고 산란한 반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불연속적이고 불확정적인 시간 개념이 미디어아트의 파편적인 특성과 잘 합치된다. 더욱이 서구의 선형적 시간을 스스로 조작하고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의 물리적 시간을 넘어 내적인 시간을 지속하게 만든다. 이들 작품이 제공하는 경험은 관람자에게 독자적인 시간 영역을 제공하며 개별적인 의미를 생성함과 동시에 작가에게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스스로 형식으로 구술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