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lur L.N.: Chromatophobia - The Fear of Money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인도 출신의 전속작가 탈루 L.N. (Tallur L.N., b.1971)의 개인전, 를 5월 6일부터 6월 2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2007년 전 (아라리오 서울) 이후로 아라리오 뉴욕과 베이징 및 유수의 세계적인 갤러리와 전시하며 꾸준히 지속된 작가 특유의 작품세계를 망라하고 있다. 탈루의 작품들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어느 나라에서도 근원을 찾기 힘든 극단적으로 이국적인 시각성으로 보는 이의 관심을 유발한다.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은 인도 출신의 전속작가 탈루 L.N. (Tallur L.N., b.1971)의 개인전, 를 5월 6일부터 6월 2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2007년 전 (아라리오 서울) 이후로 아라리오 뉴욕과 베이징 및 유수의 세계적인 갤러리와 전시하며 꾸준히 지속된 작가 특유의 작품세계를 망라하고 있다.
탈루의 작품들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어느 나라에서도 근원을 찾기 힘든 극단적으로 이국적인 시각성으로 보는 이의 관심을 유발한다. 수 차례 현대미술의 모티브가 된 아프리카 민속 미술의 전통은 물론, 이제는 우리의 눈에 익숙해진 중국을 위시한 동북아의 현대 미술과도 구분되는 탈루의 작업은 부분적으로는 인도 조각과 건축 양식의 정통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탈루의 작업이 보다 확연하게 이국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의 작업이 인도의 전통 도상을 다루는 방식이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다.
탈루는 인도에서 회화와 박물관학을 수학한 후 영국의 리즈Leeds 대학에서 컨템포러리 아트를 전공하고, 8년째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오랜 타지 생활로 자연스럽게 인도의 전통문화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었던 탈루는 인도 민속 공예품을 재료로 삼지만, 자국(인도) 문화의 우상을 파괴하고 전통을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러한 파격이 관람객에게 불편함을 자아내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불상에 콘크리트를 붓고, 머리를 잘라내거나, 때로는 기계장치를 덧붙이는 파격을 선보이면서도 유유히 농담과 말장난Wordplay이 섞인 제목으로 관람객에게 말을 걸고, 짖궂은 농담의 공범이 되기를 제안한다. 이 방식을 통해 작가는 서구에 의해 다져진 오리엔탈리즘을 뒤틀고, 글로벌리즘에 의한 세계 권력의 재편이 어떻게 개인의 일상생활에까지 침투하고 있는지 유머러스하면서도 동시에 허무적인 시선으로 표현해 왔다.
특히, 이번 개인전은 2008년에 일어난 미국발 경제 공황 이후의 세계로 그 외연이 확장된 작가의 관심을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영원히 전진할 것 같았던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목도한 뒤, 그러한 비정상성을 ‘크로마토포비아Chromatophobia’라는 신경증에 비유한다. 돈에 대해 비정상적인 공포를 느끼는 증상을 ‘크로마토포비아’ 라고 하는데, 이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돈의 악명에 붙들려 살게 될 것을 걱정하며 비이성적인 불안을 경험한다. 작가는 이러한 증상의 병인病因을 분석하며, “가속Momentum에 대한 갈망이 속도Speed에 대한 쾌락적 탐욕으로 변이하면서 결국 ‘격변Turbulence’의 상태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그의 이번 전시는 일종의 처방전인 셈이다.
* 주머니에서 동전을 하나 꺼내십시오.
* 이 숭고한 행사를 위해 준비된 망치를 손에 드십시오.
* 숨을 깊이 들이쉬고,
* 마음 속에서 모든 걱정, 추한 생각 그리고 나쁜 행동을 몰아내십시오.
* 망치를 사용해 동전을 ‘소원 나무’에 박으십시오.
* 망치질을 하면서 “깨끗하고 산뜻해진” 마음으로 소원을 비십시오.
* 며칠 후, 소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로 제작된 (1 페이지 도판 참조) 는 두 개의 ‘인도(India)적’ 불상에 ‘소원 나무Wish Tree’라는 이름의 길고 두꺼운 통나무가 걸려 있는 설치 작품이다. 관객은 작가의 안내문을 통해 직접 동전을 꺼내 못질을 하게끔 유도되고, 그렇게 해서 반쯤 썩은 통나무의 표면은 동전 한 닢 짜리 소원들로 뒤덮이게 된다. 관객들은 ‘두들김-소리’의 단순한 의식Ritual을 통해 소원을 빌지만, 그 행위는 결국 결국 화폐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동전이라는 상징을 희화화하는 이중성을 띄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또한, 쇠우리 안에 전기 연마기를 가둬 놓고 관객이 동전을 넣어 직접 연마할 수 있게 만든 설치작품 는 ‘Polished’라는 단어의 두 가지 의미를 익살스럽게 중첩한 작품이다. 동전은 연마(Polishing)되어 우아함(Polished)의 경지에 이르는데, 결국 연마된 동전은 사용할 수가 없다. 여기에 작가는 ‘세계 종말Apocalypse’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가치의 실없음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인공적으로 촉진된 마모의 결과에 ‘세계 종말Apocalypse’ 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이 밖에도 마치 기름을 뒤집어 쓴 쓰레기 더미를 연상시키는 ,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대해 동아시아 산수화처럼 접근한 설치작품인 , 나무 조각을 이어 붙여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나이테가 흥미로운 등, 그 동안 작가가 다뤄 온 나무, 전통조각상, 철, 기계장치, 실리콘 등의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탈루 L.N.의 개인전은 서구 중심의 현대 사회에 대한 섬뜩하고 신랄한 비판을 회의적인 유머로 표현하는 작가 만의 독특한 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지티쉬 칼라트(Jitish Kallat), 바르티 커(Bharti Kher) 등과 함께 현재 세계적으로 뜨겁게 각광받는 인도 현대 미술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