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Byoungho: Garden in the Garden
김병호 개인전: 정원속의 정원
기간 | 2013. 10. 09(목) - 12. 8(일)
장소 |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작품 | 조각, 설치 조각 10 점
** 11월 7일(목) 오후 5시: 김병호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 가 있습니다. 많은 참여바랍니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김병호(b.1974)의 개인전 <정원 속의 정원 (Garden in the Garden)>을 10월 10일부터 12월 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삶을 구성해 나가는 요소들이 모듈화 되어가는 현상을 시각화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모듈(module)은 원래 건축에서 사용된 용어로서 공간 구획 시 그 기준이 되는 기본 치수, 단위를 의미한다. 모듈화라는 합리적인 방식은 집, 신체 등 물질적인 것에서 제도와 사회, 꿈과 이상 등 비물질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과 사회 전분야에서 목격되는 현상이다. 특히 나노 기술과 같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복잡 다단한 사회를 이성적으로 분석, 이해하기 위한 학문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모듈화는 ‘경제적’, ‘효율적’, ‘합리적’이라는 가치를 만들었다. 첨단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생명의 통제와 미디어에 의한 감정과 기억 등의 조작을 우리는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전시 제목 ‘정원 속의 정원’은 이렇게 모듈화 된 우리의 환경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도심 속 ‘정원(Garden)’은 미리 준비된 다양한 요소와 미리 정해놓은 디자인에 맞춰 꾸며진다. 김병호는 실제 놀이터나 정원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색들을 선정하여 30cm 단위의 알루미늄 봉에 채색하였다. 그리고 그 봉들을 무작위로 추출, 조립, 배열하여 정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휴식을 취하는 공원 조차 모듈화 되어있는 환경 속에서 개개인 역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지극히 모듈화 되어있는 세계의 한 부분일 뿐이다.
사실 김병호의 작업과정을 살펴보면, 산업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그 사회의 방식을 답습하는 모듈화된 과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작가는 작품 구상과 설계가 끝나면 여러 군데의 공장에서 작품 제작을 의뢰하고, 그 부품들을 조립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한 작품은 보통 3~5개 종류의 모듈들의 조합으로 구성되는데, 작품에 따라서 6000 여 개의 모듈이 사용되기도 한다.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끼우고 돌리기를 수 십 번 반복하여 조립하는 과정 또한 모듈화 과정의 일부분이다.
김병호는 전시장을 하나의 커다란 정원으로 가정하고 작품들을 배치하였다. 관객은 마치 공원을 산책하듯 크고 작은 작품 사이를 넘나들며 전시를 감상하게 된다. 작품을 구성하는 길다란 직선의 연장선을 따라 작가가 설계해놓은 리드믹한 시각의 동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병호는 1999년 작업을 시작한 이래 산업화 과정을 거쳐 모듈화된 조각과 설치라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개진해왔다. 중심점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수 십, 수 백 개의 튜브들과 일정한 기계음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날렵한 운동감과 차가운 금속성을 드러낸다. 작가가 설계한 도면에 의해 공장의 대량 생산 방식을 거쳐 탄생한 작품은 관습과 규범과 같은 사회적 시스템을 함축한다. 물질과 비물질의 범위를 넘나드는 김병호의 작품은 무언의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김병호는 홍익대학교와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소마 미술관과 2011년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을, 2012년 징안 국제 조각 비엔날레와 창원 조각 비엔날레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이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은 그간의 사운드 조각 작업에서 대형 설치 작품으로 한 단계 발전된 신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