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림: 삶과 죽음의 흔적
김구림 작가는 미술, 연극, 영화, 음악 및 현대 무용 연출이나 무대 미술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작품활동을 지속하며 지평을 넓혀왔다. 그의 전통적인 예술 방법론에 대한 회의는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한 조형적 해체를 모색하게 했다. 오늘날까지도 김구림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주된 화두인 음양 사상을 토대로 현대 사회에 예술적 비판을 가하는 지칠 줄 모르는 실험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 인간의 사고도 변한다’고 믿는 자신의 철학에 기초해, 김구림 작가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작품에 시대상이 녹아 들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을 중요시한다. 그런 까닭에 그의 작품은 동시대성이 녹아있는 사물들로 채워진다. 작가가 주위의 사물로부터 작품을 출발하는 것은 작가 자신이 이러한 일련의 대상물들 속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로부터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그의 확고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별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시되는 작품을 현실 세계의 현행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 펼쳐온 '오늘'의 비극과 악마적 재앙으로부터 찾아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81세 노장 작가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동시대 삶의 실상과 토대에 관한 것으로써, 김구림 특유의 강한 감각적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이 될 것이다.
김구림 (1936년, 경북 상주 출생)은 1969년 실험그룹인 <제4그룹>을 결성하고, 한국현대사회의 기성문화를 비판한 해프닝 <콘돔과 카바마인>, 기성문화를 비판한 해프닝 <기성문화예술의 장례식>과 같은 일련의 퍼포먼스들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기성영화의 틀을 깬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와 문명사회에서 미디어의 문제를 다룬 최초의 메일아트 <매스미디어의 유물>, 한국 최초의 대지예술인 <현상에서 흔적으로>(1970)를 발표하는 등 연극과 영화, 무용의 무대미술과 연출활동까지 장르를 초월하며 줄곧 한국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였다. 최근에는 음양사상을 기초로 한 다양한 매체와 실험을 모색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구림은 《Embeddedness: 60년대부터 현재, 한국의 필름과 비디오》, 테이트 모던, 런던 (2015), 《Lille 3000 페스티발-르네상스》, 릴, 프랑스 (2015),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4), 《A Bigger Splash: Painting after Performance》, 테이트 모던, 런던 (2012) 등 다양한 국내외 전시 및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으며 2016년 10월 14일부터 2017년 3월 26일까지 독일 뮌헨 Haus der Kunst Munchen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서의 그룹전 《Postwar – Art between the Pacific and Atlantic 1945 - 1965》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