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Sungpil: Dual Realities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오는 4월 7일부터 5월 8일까지 한성필 작가의 개인전 Dual Realities를 개최한다.
본 전시는 두 개의 현실 이라는 주제로 작가가 2004년부터 천착해 온 Façade Project의 신작들과 새롭게 시도된 세 점의 영상작업, 그리고 설치 작업을 통해서 현실 속에서 이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욕망과 그에 대한 반영을 제시할 것이다.
한성필은 사진이라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상적인 매체를 통해 동시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Façade Project를 선보여왔다. 건물의 정면, 전면을 뜻하며 비유적으로는 사물의 외관, 허울 등을 뜻하는 Façade (파사드)는 어느새 방진막을 뜻하는 용어로 변모하여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어휘가 되었다. 이미 유럽 등지에서는 전통적인 건축물이나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공사 현장에 대가의 명화나 공사 후 변모될 건물의 이미지로 방진막을 설치해 가림막의 공공미술화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일부 낡은 건물의 외벽에는 Trompe l’oeil 트롱프뢰유 (눈속임 회화) 페인팅이 그려져 대중과 함께하며 일상의 재미를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파사드들은 결국 가상의 것이며 표면의 허울이지만 거리를 걷는 대중과 소통하는 즐거운 미디어가 되고 있으며 한성필은 이러한 시대정신과 흐름들을 자연스럽게 작업에 적용해 왔다. 이는 그의 파사드 작업이 다시금 공사 현장이나 건물을 감싸는 가림막이 되어 대중과 조우하는 상황을 설명한다.
두 가지 종류의 파사드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작가는 파사드 시리즈의 진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전시 작 중에서 조명이 강하게 비춰질수록, 매끈하게 빛날수록 진가를 찾는 작품과 전면 반사 유리로 된 건물의 이미지는 스스로 발광하는 라이트 박스에 담길 것이며 거울과 이미지 사이에 시간차를 두고 점멸을 반복하는 규칙을 설정해 바리솔천을 이용한 거울 방에 설치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트롱프뢰유 타입의 작품들은 전원적인 묘사가 화면의 전반을 차지하는 따듯한 이미지군으로 기존의 액자 작업으로 보여질 것이다. 주목할 점은 작가가 건물을 다각도에서 촬영한 후 여러 시점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조합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이 작품들의 이미지를 보면 대체적으로 전원의 여유와 미를 추구하는 생각이 읽혀지는데 지붕 위의 비둘기들과 방금 전에 만난듯한 연인의 모습, 싱그러운 나무들과 덤불, 전화하는 사람 등 일상을 사는 개개인의 소소한 일상이 위트 있게 묘사된 기분 좋은 이미지들이 주를 이룬다.
역사에서 보여지는 가상과 구현된 역사, 그리고 현재의 모습
본 전시에서는 한성필의 작업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가상과 실제가 현실과 현재의 모습을 투영하는 작업 또한 전개된다. 시작은 사회정치적 사상과 이론의 체계인 Marxism (마르크스주의)의 두 주역 카를 마르크스 (Karl Heinrich Marx, 1818~1883)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Friedrich Engels, 1820~1895)의 현 위치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모국인 독일, 사상의 기초를 닦았던 베를린에는 마르크스-엥겔스-포룸 이라는 동독정부에 의해서 조성된 공원이 있다. 그리고 1986년 4월 4일, 이곳에 무게 2톤 가량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기념비가 설치되며 도시의 중요한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삼 년 후인 1989년에 연방 공화국 정부는 마르크스, 엥겔스 조각의 존폐를 논의했으나 시민들이 동상들의 잔류에 손을 들어줌에 따라 현재에 이르기까지 처음 그 자리에서 대중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0년 9월, 그들의 아이러니한 운명은 도시의 팽창과 이에 따른 도시계획의 일환인 베를린 지하철 신 노선의 설립으로 인해 급격한 변화에 직면한다. “Worker of All Lands Unite!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그의 비문에도 적혀있는 마르크스의 이 전설적인 경구는 건설현장의 모든 관계자들을 단결 시킨 듯 동상을 파헤치고 빈디 (Bindi 힌두교도 여자들이 이마 중앙에 찍거나 붙이는 장식용 점)를 연상시키는 측량점까지 찍어두어 많은 이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종국에 이들의 기념비들은 크레인과 함께 공원 저편으로 날아가 새로운 장소에 옮겨졌다. 그러나 의미심장하게도 이번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가치관이자 상징이었던 동쪽이 아닌 그들이 몰락을 예언했던 '자본/민주주의'인 서쪽을 바라보며 안착되었던 것이다.
한성필 작가는 본 전시 Dual Realities 에서 선보일 Façade Project와 설치, 그리고 영상물을 통해 현실과 이상, 그리고 이분된 것들에 대한 화두를 제시한다. 동시대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작가로서의 역할을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