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Jongbin: Into the Membrane
Period | 02 March – 30 March, 2011
Venue | Arario Gallery Seoul samcheong
Works | 07 pieces including installation, sculpture and photography
Opening Reception | 6pm Wednesday, 02 March, 2011
영국에서 활동해온 조각가 박종빈 (b. 1972)이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을 갖는다.2007년 영국에서 열린 개인전 이후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흑연을 이용한 탁자와 의자 조각 설치를 포함한 다양한 조각작품과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박종빈은 2007년 이래로 흑연이라는 소재를 사용해왔다. 2007년 영국에서 작업한 Looking at him은 카드보드(cardboard)로 도베르만(Doberman)을 대형 조각으로 만들고 표면을 정세하게 흑연으로 칠했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대형 조각은 로봇이나 장난감처럼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형태와 흑연으로 곱게 칠한 표면 때문에 재료가 종이가 아니라 단단한 강철과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흑연이라는 소재를 전면적으로 사용하였다. 대형 탁자와 열두 개의 의자, 그리고 조각작업을 할 때 물건을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바이스(vice)가 어우러진 설치 작품 Domestic Occasion (2010)에서 탁자 상판과 의자는 모두 흑연을 사용하였다. 흑연 덩어리를 재단하여 오랜 시간을 들여 표면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만진 탁자와 의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단단한 강철처럼 보이지만 실은 약한 충격에도 쉽게 흠집이 날 수 있을 만큼 예민하다.
거대한 탁자와 열두 개의 의자는 전시장을 가득 채워 들어가자마자 답답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탁자의 벌어진 틈은 마치 바이스처럼 점점 정확하게 맞물려서 단단하게 원형을 이룰 것처럼 보이고 탁자를 둘러싼 열두 개의 의자들이 모든 것이 이미 정확하게 맞도록 장치한 듯한 느낌마저 준다. 수평을 가르는 탁자의 원형선과 바이스의 직선, 수직으로 뻗은 탁자 다리와 의자들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기하학적인 구성에서 나오는 쾌감을 준다. 육중한 탁자와 의자는 마치 초등학교 의자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일반 가정의 부엌이나 거실에 놓일 법한 탁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혹은 회의가 이루어지는 원탁이거나 회의를 끝내고 모여앉아 여흥을 즐기는 탁자일 수도 있겠다. 가정과 학교와 같은 제도들은 인간 개개인을 형성하거나 보호하는 막이면서도 이러한 막에 의해 이루어지는 강압과 압박은 또 다른 굴레가 될 수 있음을 단단해 보이지만 실은 매우 민감하고 연약한 소재인 흑연으로 만든 오브제들을 통해 비유하고 있다.
탁자와 의자 세트는 또 다른 조각작품인 Closed Passage (2010-2011)에서 미니어처 형태로 반복된다. 서양 십자형 성당에서 사제단과 회랑을 잇는 교차 공간인 트랜셉트(transept)를 연상시키는 십자가 형태의 구조물 내부에는 탁자와 의자 미니어처가 놓여있다. 반투명한 비닐 막으로 가려져서 이리저리 흩어져 놓인 탁자와 의자들이 어렴풋이 보일 따름이다.
크기를 달리한 대상의 반복은 최종적으로는 Dust Room (2010-2011)의 내부에 Closed Passage의 십자형 비닐하우스가 다시 한번 미니어처로 포함됨으로써 마무리된다. Dust Room은 물리 혹은 화학 실험을 위한 일종의 실험용 상자로 실험 대상을 가두고 각종 실험 변수를 적용한 후 반복적으로 실험값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이다. 이것을 이용해 작가는 실험용 상자에 일정한 시간에 맞추어 먼지를 발생시켜 온통 노란 색으로 칠해진 내부의 벽과 도구들이 먼지로 덮히는 과정을 보여준다.
설치 조각작품과 함께 고운 흑연 가루들이 이루어내는 얼룩과 결들이 마치 거친 파도나 황량한 사막을 연상시키는 사진들이 함께 전시된다. 작가는 Domestic Occasion 작업을 위해 육중하고 거친 흑연 덩어리를 잘라내고 문지르고 갈아내면서 흑연의 표면에 강철과 같은 광택을 내었다.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는 어찌 보면 구도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다. 흑연을 갈아내는 과정에서 작가는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던 흑연 가루, 먼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갈고 문지르는 외부의 압력을 오롯이 받아내는 가루와 먼지가 이러한 압력을 그대로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 어디에서든 보이는 그대로 쌓인 먼지와 가루가 마치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인간 개개인이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종류의 압력들 - 그것이 내부의 신념이 되었든, 외부의 현실과 제도가 되었든 - 에 대한 시간과 장소, 정서의 기록으로 읽혀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