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 Hyungkoo
2009년 4월부터 6월까지 강형구의 개인전이 아라리오 서울과 아라리오 뉴욕에서 동시 진행된다. 서울 갤러리에서는 4월 21일부터 5월 17일까지, 뉴욕 갤러리에서는 5월 7일부터 6월 20일까지 열리며, 서울에서는 그의 신작 1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마를린 먼로, 앤디 워홀, 오드리 헵번 등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아이콘의 얼굴들을 확대하여 대형 캔버스에 극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로 알려져 있는 강형구 작가는 2년 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에 알루미늄 패널 시리즈를 소개한다. 에어브러시, 못, 드릴, 면봉, 이쑤시개, 지우개 등 온갖 수단들을 통해 그려지는 인물의 미묘한 잔주름, 솜털, 흩날리는 은빛 머리카락의 반짝임 등은 알루미늄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만남으로 한층 더 세밀하고 실감나게 표현된다.
강형구 작가의 인물화는 사진과 같이 있는 그대로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강조와 왜곡을 통해서 인물의 재현을 넘어서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위아래로 압축되어 그려진 마를린 먼로의 모습이나 사진으로 남겨진 적이 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의 얼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한번도 직접 만나보지 못한 이들과의 교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얼굴이란 나이를 드러내기도 하고 지나온 생을 대변하기도 하며, 어떤 모습으로도 다르게 변할 수 있다는 자연의 원칙과 본능을 철저히 수용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인물을 과장되게 확대하여 돋보기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모든 부분들을 한 장면으로 옮겨다 놓은 효과를 제시함으로써 평범한 경험을 벗어나 섬뜩한 충격을 제시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교감을 이끌어 낸다. 알루미늄은 이러한 의도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작가의 새로운 매체로서 관객의 위치에 따라 표면의 모습이 변화하는 듯 한 착시효과를 줌과 동시에 전기드릴과 같이 날카로운 도구로 표면을 거칠게 긁어내면서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그 반짝임이 변화하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
역시 처음 선보이는 책 모형의 대형조각은 강형구 작가의 변화에 대한 열정을 증거하는 또 다른 시도로서 그의 첫 조형 작품이다. 아브라함 링컨, 존 F. 케네디,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의 얼굴을 담은 높이 2.1m, 넓이 3.1m, 두께 1.1m의 거대한 조각들은 강형구 작가가 가장 존경하는 세 인물의 초상화와 그들이 남긴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막대한 영향력과 업적을 쌓았으나 안타깝게도 암살된 이들 삶의 이야기는 강형구 작가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강형구 작가는 2001년 예술의 전당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화단에 등장하였지만, 사실상 화랑경영을 그만 둔 후 1992년부터 10년 동안 대중에게 작품을 공개하지 않은 채 작업만을 강행했던 긴 준비기간이 있었다. 그 후, 그의 열정이 낳은 200여 점이 넘는 200호 인물 페인팅들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전시회들을 꾸준히 개최해 왔고, 스페인의 아르코, 아트 쾰른, 아트 시카고, 시드니 아트페어 등 유수의 아트페어에서도 그의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는 크리스티, 소더비와 같은 해외의 경매장에 그의 작품들이 등장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며 한국작가들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외 유수 미술관에 작품이 컬렉션 되고 있다. 백발의 긴 머리와 턱수염을 한 중년의 강형구 작가는 화풍이 하나로 정립되어 변화가 없게 되는 것을 작가의 불행으로 믿고 아직도 새로운 표현기법들과 소재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