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lie DE CHAVEZ: Red Eyed Brother
아라리오 서울에서는 아라리오 전속작가인 레슬리 드 챠베즈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레슬리의 페인팅과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등 총 13여 점의 작품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1978년 필리핀에서 태어난 레슬리는 자신의 모국인 필리핀의 굴곡진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작품에 반영하는데, 그의 작품은 어둡거나 원색적이며 많은 상징과 은유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필리핀은 약 350년 간 스페인,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지배하에 놓여있었으며 이러한 식민통치의 역사는 뿌리 없는 문화와 분열된 정체성으로 점철되어 필리핀이라는 동남아의 섬나라를 불안정하게 지속시켜 왔다. 또한 경제적인 궁핍함과 정치, 사회적 불안감등은 필리핀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켜 저항의식과 비판의식이 팽배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비판과 저항의 에너지는 레슬리의 작업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힘을 가진 세력에 의해 핍박 받으며 고통스러워 하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중세의 종교화에서나 볼 수 있는 구도와 아치형의 캔버스는 특정 종교와 연관이 있는데, 1521년부터 약 300년 간 스페인의 식민통치는 필리핀의 종교를 이슬람에서 카톨릭으로 개종시키기에 이르렀으며 실제로 필리핀에는 카톨릭의 종교화가 많이 남아있고 현재 그들의 종교에 대한 믿음은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처음 선보이는 비디오 설치 작품에서는 카톨릭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광적인 집착을 보여주는데, 종교적인 신념보다는 믿고 있다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 종교행사에서조차 폭력성을 드러내는 필리핀 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통해 필리핀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레슬리 작품에 나타나는 독수리, 코카콜라, 말보로 담배, 그리고 특정 국가의 국기를 상징하는 색상 등은 약 50년 간의 필리핀을 지배했던 미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그들의 의식까지 점령했던 미국 문화에 대한 분노이다.
레슬리의 작품은 식민지 지배로 잉태된, 강압에 의한 문화가 야기하는 부정적이고 혼란스런 상황들을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그는 예술은 그 예술이 기반하는 사회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으며 그 누구도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작품을 통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