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원: 들리는, 들을 수 없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원성원 작가가 만드는 작품의 묘미는 작가의 상상과 그것을 실현하는 매체가 맞닿는 접점에서 발견된다. 작가가 상상하는 허구의 이야기만으로는, 혹은 트레이드 마크인 사진콜라주라는 매체의 특이성만으로는 결코 그녀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즐길 수 없다. 반드시 허구와 현실이라는 두 세계가 만나고, 더불어 작가의 서사 구축 방식과 선택된 매체의 방법론들이 유사한 궤도에서 뒤섞이는 시도가 요구된다.
우선 원성원 작가의 사진 작품은 철저히 현실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주변인들에 대한 관찰이나 일상의 소소한 현실 이야기에서 출발해 비현실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이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선정한 매체는 흥미롭게도 사진 콜라주다. 그래서 작업은 사진의 매체적 전통에 기반해 눈 앞에 존재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방식에서부터 시작한다. 촬영한 수 천장의 사진들은 포토샵(Photoshop) 프로그램에서 자르고 붙이는 콜라주 작업을 거치면서 하나의 허구 이미지로 실현된다. 즉, 소소한 현실에서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는, 비슷한 맥락에서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이 모여 작가가 상상한 서사의 일부를 이루며 궁극적으로 큰 이미지를 완성시켜나가는 방법론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원성원 작가의 작품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허구와 현실, 그리고 서사와 방법론이 만나는 지점을 동시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 작가는 드로잉도 점점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전시에 개입시키는 데, 사진 콜라주가 현실에서 시작해 비현실 세계를 만든다면, 드로잉은 사진의 대척점에서 가장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 매체라는 점에서 전시에 부수적인 재미를 더한다.
이번 전시 <들리는, 들을 수 없는>에서 작가가 구축하는 서사는 사람들 사이에 형성되는 여러 유형의 관계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큰 골자는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주류와 변방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관계들은 전적으로 작가 개인의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 이루지 못 했거나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작가의 사적 욕망과 바램에 상상이 더해지면서 구축된다. 이때 나무는 인간을 대신하는데, 작가는 과거에도 줄곧 뿌리를 내리면 쉽사리 이동이 힘들고 그 환경에 맞춰 자라나는 나무를 인간을 대신하는 대상으로 표현해왔다. 각 작품들은 일견 자연에 둘러싸인 나무들이 주를 이루지만, 작가가 상상한 각 개인들의 성향이 상징과 은유를 통해 아주 촘촘하게 배치된 결과물이다. 이 작품들은 개인의 성향이나 그들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찰이 투영된 까닭에 철저히 사적 시선에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 보는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동시에 결국 삶에서의 관계란 곧 들리지만 들리지 않는 지점의 이야기들인 까닭에 관람객들은 궁극적으로 타인과 결코 공유할 수 없는 각자의 이야기들과 마주하게 된다.
원성원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와 쾰른 미디어 예술대학에서 수학했다. 2017년 아라리오갤러리(한국) 2014년 Podbielsky Contemporary(독일), 2008년 대안공간루프(한국) 등 국내 외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21년 서울대학교미술관(한국), 경남도립미술관(한국), 2020년 광주 시립미술관(한국), 국립현대미술관(한국), 2019년 뮤지엄 산(한국), 2018년 토탈미술관(한국), Zacheta Project Room(폴란드), 2014년 모리미술관(일본), 2012년 상하이 현대미술관(중국), 리버풀비엔날레 2012(영국), 2011년 Mica Moca Project(독일), 2009년 휴스턴미술관(미국) 등 다수의 국내 외 기관 및 미술관 그룹전에 참여했다. 원성원 작가의 작품은 오스트하우스 미술관(독일), 산타바바라 미술관(미국), 쿤스트하우스 렘페르츠(독일), 모리미술관(일본), 국립현대미술관(한국), 서울시립미술관(한국), 경기도미술관(한국), 한미사진미술관(한국), 고은사진미술관(한국), 아라리오뮤지엄(한국)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