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래정: 깨어나니 정오였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23년 심래정 개인전<깨어나니 정오였다>를 4월 4일부터 5월 13일까지 개최한다. 지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열린 개인전 이후 약 4년 만의 개인전으로, 그간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방대한 주제 안에서 개인의 불완전한 기억과 정서를 예술적 실천으로 다루어온 작가의 드로잉, 회화, 영상 등 신작 14점을 갤러리 4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깨어나니 정오였다>에서 작가가 내세우는 가장 주요한 단어는 ‘기면’ 이다. 기면은 의식의 5번째 단계 중 2번째 단계로 졸음이 오는 상태나 외부의 자극에 반응이 느리고 멍한 상태를 일컫는다. 영어로 ‘나르콜렙시’(Narcolepsy)라고 부르는데,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졸음에 사로잡히는 상태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작가의 기면은 현재 몸으로부터 느끼는 의식 없는 상태와 섬망(譫妄)과 같은 현상을 지시하며 인간의 본래적 특성에 한없이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근원적 태도를 은유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겪는 경험을 토대로 즉각적인 감정과 생각을 드로잉으로 풀어왔다. 특히 죽음이라는 사건을 목격한 이후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주변부에 대한 관심을 작품 세계에 개입시키며, 인간의 본성과 심연을 작품 속 다양한 서사의 연유로 가져온다. 특히 반복되는 패턴, 파편적이고 분열적인 선, 표현주의적 붓질은 작가의 날것 같은 상상과, 균열로 가득한 실재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드로잉 연작과 애니메이션으로 발전되어 왔다.
과거 전시에서는 살인, 신체 절단, 식인 행위 등 살인 사건을 리서치 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어두운 이미지와 작품이 주가 되었다면, 이번 전시 <깨어나니 정오였다>에 출품된 작품들은 원초적 감각의 번안으로 밝은 원색과 무채색의 대비가 강조되어 4층 전시 공간을 점유한다. 더불어 작가는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회화 작업을 통해 매체적 실험과 더불어 조형 세계의 확장을 꾀한다. ‘깨어나니 정오였다’는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Jean Arthur Rimbaud)의 시 「새벽」의 마지막 구절을 참조했다. 작가는 깨어있는 세계와 깨어나지 못하는 자아가 교차하는 관념적 은유로서 ‘정오’라는 시공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심래정(b. 1983)은 2019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울, 한국), 2016년 아트스페이스 휴(파주, 한국) 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또한 2021년 송은(서울, 한국), 경기도미술관(안산, 한국),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천안, 한국) 2020년 아트벨트(대전, 한국),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천안, 한국), 2019년 교보아트스페이스(서울, 한국), 2018년 아라리오갤러리 I 라이즈호텔(서울, 한국), 2017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울, 한국) 등 다수의 전시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