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태: 다양다색 60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2023년 4월 25일부터 10월 8일까지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의 선구자 황규태 작가(b.1938)가 1960년대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해오고 있는 작업 전반을 소개하는 개인전 <다양다색 60년>을 개최한다. 황규태 작가는 주류나 유행에 타협하기보다 자유롭게 실험과 혁신을 추구하며 사진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1960년대 데뷔한 이래 언제나 실험 사진의 최전방에서 다양한 시도들, 예를 들어 필름 태우기, 차용과 합성, 아날로그 몽타주, 다중 노출 등을 시도해 문제적 작가로 그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후 1980년대부터 시작된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 몽타주, 꼴라주, 합성 등의 다양한 실험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는 이미지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네모 모양의 작은 점들을 일컫는 ‘픽셀’을 디지털 이미지들 속에서 발견했고, 그 기하학적 이미지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시각적 유희에 매몰되어 ‘픽셀’ 시리즈를 시작해 현재까지 열정적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선구적 실험 정신과 시도들만으로 황규태 작가를 평가할 수는 없다. 진정한 황규태 작품의 특이성은 그의 사진 전반에 나타나는 탐미적 욕구와 함께 사회를 향한 냉철하면서 따뜻한 시선이다. 작가가 6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기술적 실험과 변모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분명 사진 매체를 통해 새로운 미를 끊임없이 찾고자 했던 그의 탐미적 욕구에서 기인한다. 이때 미를 탐닉하는 그의 태도는 진지하고 미적 규범에 한정되기보다는 마치 어린 아이가 놀이를 하는 그것과도 같이 자유롭고 제한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과 시도에 거침이 없고 그 시각적 결과물 또한 항상 시대를 앞서 과감했다. 동시에 황규태 작가의 작업에는 사회를 향한 작가의 시선이 기저에 깔려있다. 시대정신에 입각해 환경 문제, 기술 재난, 인류의 종말 등 사회를 향한 우울한 시선이나 비판적 시선을 담아내거나, 혹은 일상을 살아가는 불특정 대상이나 자연에 대한 지극히 감성적인 시선들을 담는다. 사진에서 기술적 실험의 선구자로서의 황규태 작가를 향한 그 많은 수식어와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에게 사진은 대상을 그대로 찍고 기록하는 시선이 아닌 주관적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본 전시에서 황규태 작가가 60년간 수행해온 결과물들을 통해 시대를 앞서나간 그 날카로웠던 실험 정신과 더불어 어린아이와도 같은 미적 탐구와 감성적 시선이라는 두 지점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길 바란다.
황규태 작가는 193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경향신문사 사진기자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년대 말부터 독자적으로 사진을 연구하고 사진가로 활동하던 그는 1973년 서울 프레스 센터 개인전을 시작으로 금호미술관, 아트선재센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그리고 일본, 미국 등지에서 총 19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등 여러 국공립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