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규: 의례를 위한 창자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23년 박웅규 작가의 개인전 《의례를 위한 창자》를 5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선보인다. 작가는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소재로 정-부정의 상징적인 조형 질서를 만들며 동양화의 회화적 가능성을 살펴보는 작업을 제시해 왔다. 이번 전시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소개하는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 작업 세계의 중심에 있는 〈더미(Dummy)〉 연작과 그 연장선에 있는 신작 및 구작으로 이루어진 작품 14점을 갤러리 4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박웅규(b. 1987)는 한국과 일본의 고전 불화(佛畵)에 대한 조형적 감응을 토대로 양가적 특성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내 왔다. 특히 동양화의 화육법(畵六法)을 참고한 6가지 조형방식 (의태, 구도, 형태, 질감, 변용, 응용)을 참고삼아, 부정한 것, 부정한 상황 그리고 부정한 감정 등 '부정성'으로부터 촉발한 모호한 감정과 감각을 그림의 형식에 개입시킨다. 이번 개인전 ‘의례를 위한 창자’는 먹기 좋은 음식이지만, 동물의 사체인 창자가 주요한 재료가 되는 ‘순대’를 소재로 하며 작가의 사적인 기억과 정서 그리고 미학적 태도의 얼개를 더한다. 특히 가장자리를 여백으로 하여 화면 중앙에 점, 선, 도형 등의 요소를 활용해 밀도 있게 그려진 동물의 창자는 종교를 주제로 한 성상화와 같은 작품의 형식을 빌려와 정서적 연대를 갱신한다. 조형적 관점이 다채롭게 연장된 순대는 정과 부정의 계열을 발산하며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등 양극에서 느껴지는 모호한 감정과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2015년에 시작된 〈더미 (Dummy)〉연작이 특정한 대상 없이 괴물과 신의 형상을 그려왔다면, 2019년부터는 나방과 지네와 같은 여러 가지 벌레와 괴생명체 같은 구체적인 대상과 사실적인 형상을 빌려오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의 각 내장 부위에서 보이는 조형적 특이점을 부분 확대하고 묘사한 작품 〈더미 91~100 (Dummy No. 91~100)〉(2023) 10점을 구성한다. 그 외 인간의 본성을 10 단계로 구명하는 선화 (禪畫) 십우도(十牛圖)를 모티브로 하여 소를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의식(儀式)과 같은 과정을 10개의 화면에 집약한 작품 <십우도>(2023)를 비롯해, 소의 내장 10개의 종류를 한자로 풀어서 쓴 작품 <흉 17>(2023)이 한자리에 소개된다.
박웅규는 2016년부터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입주 작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2022년 아트스페이스 보안1(서울, 한국), 2018년 온그라운드2(서울, 한국), 2017년 스페이스 니트(서울, 한국), 2016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청주, 한국)에서 개인전을, 2022년 일민미술관(서울, 한국),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서울, 한국), 2021년 단원미술관(안산, 한국), 아트선재센터(서울, 한국), 2019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고양, 한국)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