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지점: Group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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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바라볼 것인가. 무엇을 손에 쥐고, 어떻게 기록하여, 어떠한 화면 위에 안착할 것인가.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늘 세상과 자신 사이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총체적 전경 가운데 건져 올린 감각을 재료의 물성으로 변환하는 과제를 통하여서다. 저마다의 화면은 끝내 하나의 멈춤이 된다. 그리는 이의 지나간 현재가 그곳에 머문다.
신체를 딛고 화면에 도달한 물감의 유령은 매 순간 다른 존재로 탈바꿈한다. 현실의 그림자는 안개로 변모하고 덧없는 붓 자국은 찬란한 빛으로 거듭난다. 회화는 특유의 힘으로 보는 이를 자신의 시공에 붙잡아 둔다. 화면은 그로써 독립된 장소가 된다. 그린 이와 보는 이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마다 현재는 끝없이 새롭게 태어난다. 지금 여기의 착륙지점에서, 다음 도약의 방향을 가늠하는 잠시의 멈춤 가운데서.
세상을 대하는 화가의 눈은 미지의 실재를 꾸준히 탐색한다. 고정된 목적지 없이 끝없이 연속적인 미술사의 흐름 가운데서다. 한시적 멈춤으로서의 화면은 그 영원한 경로 곳곳에 심은 각자의 지표가 된다. 지나온 궤적을 돌아보는 기록인 동시에 같은 곳으로 돌아오지 않기 위한 표식으로서의 화면들. 이제 하나의 착륙지점에서 우리는 또 다른 이륙의 방향을, 도약의 방식을 가늠한다. 어떻게 유영할 것인가. 무엇을 딛고, 어디로 헤엄쳐 나아갈 것인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동력은 언제나 지금의 화면이다.
기획의 글 「착륙지점」 중 발췌, 박미란(아라리오갤러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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