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연: 마그마: Solo Exhibition
암석이 녹은 상태인 마그마(Magma)는 예상컨대 육중하면서도 흐느적거리는, 단단하면서도 유동적인 존재다. 암석으로서의 원 속성과 폭발적인 열기 속에서 녹아내리는 상태로서의 그 어떤 유동적 가능성을 동시에 품은 까닭이다. 황수연(b. 1981)의 전시 《마그마》는 이런 마그마의 존재론적 속성과 무관하지 않다. 입체 조각 3점과 평면 조각 10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황수연 작가는 기존 작업에서 보여준 행보와 유사한 듯, 조금은 벗어난 지점에서의 변주를 선보인다.
전시에 출품되는 입체 조각 3점은 작가가 소셜미디어의 숏폼 컨텐츠에서 포착한 특정 이미지들을 선별한 후 자기 신체를 이용한 수행을 거쳐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입체적으로 구현한 작업이다. 일상에서 쉽게 노출되는 숏폼 이미지들은 작가에게 수많은 유동적 잠재성으로 존재했는데, 그중 세상의 다양한 물품들이 제작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에 특히 끌렸다고 한다. 작가는 이들 움직이는 이미지를 간섭하고 그 속에서 조형적 요소를 끄집어내 입체적 조각으로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신체는 따라 하기의 방식으로 개입했고, 숏폼 속 대상의 형태나 속성은 사적 체험과 해석이 더해진 새로운 조각으로 탄생했다.
평면 조각들은 각각 제품을 절단, 성형하는 도구인 칼금형과 점토를 주재료로 하는 두 개의 시리즈가 전시된다. ‘칼금형’ 시리즈는 제스모나이트에 칼금형을 배치하고 아크릴 미디엄이나 코팅제 등을 더하면서 입체와 평면을 가로지르며 상호 침투하는 공간 구성의 묘미를 보여준다. 이 시리즈 또한 숏폼에서 파생된 입체 조각과 비슷한 맥락에서 재단하고 생산하는 프로토타입으로서 칼금형의 유동적 생산성에 새로운 물성을 가미해 추상적으로 확장한다. 이 추상화 과정은 칼금형의 기능적 한계를 넘어서고 그것들의 배치와 구성, 새로운 질료와의 혼성으로 화면에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또 다른 시리즈 ‘클레이 마인드’는 점토를 이용해 회화성을 표현한 조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점토 특유의 물렁한 재질을 이용해 눌러지고 문질러지는 마찰 면의 촉각성과 작가의 지속적인 신체적 자극을 고스란히 화면에 드러내며 하나의 물리적 현상을 만들어냈다. 또한 점토를 중첩시키면서 표현되는 회화적 요소와 조각적 요소, 그리고 점토라는 재료의 물리적 단단함과 시각적 연약함을 공존시켜 이질적인 시각적 쾌감을 증폭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