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안치: a missing policeman: RYSE HOTEL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 라이즈 호텔은 10월 17일부터 12월 9일까지 중국 실험 영화감독 쥐 안치(JU Anqi, b. 1975)의 개인전 《a missing policeman》을 개최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쥐 안치의 이번 개인전은 실험적 영상을 통해 비판적 시각으로 현대 사회를 사유해온 작가의 대표 영상 작품 5점을 선보인다. 쥐 안치 작품의 형식적 특징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를 오가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연출 방식과 거침없는 카메라 움직임에 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현대 사회를 다양한 은유적 소재를 통해 비추며 그 틈에서 발생하는 현대인의 공허함과 삶의 아이러니,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 개인의 고독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의 첫 작품 <There’s a Strong Wind in Beijing>(2000)은 북경 거리를 헤매며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밀레니엄을 앞두고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전혀 변함없어 보이는 북경의 일상, 나아가 중국의 현실을 과감히 포착했다.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전세계 20여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중국 실험 영화의 이정표가 되었다.
2002년 한 명의 배우와 단 둘이 40여 일 간 중국 신장을 횡단하며 촬영한 <Poet on a Business Trip>(2014)은 신장지역으로 떠난 한 시인의 고독한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2002년에 촬영되었지만 10년 후 편집을 시작해 2015년 마침내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발표된다. 현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대본 없이 진행되는 제작 방식을 통해 전달되는 예측 불가능성과 불안은 작품에 다큐멘터리적 매력을 더한다. 현대인의 독립과 자유, 소통의 갈망을 솔직한 감수성으로 담아낸 <Poet on a Business Trip>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5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장편 영화상, 같은 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 2016년 자그레브 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을 받기도 하였다.
사회구조에 대한 쥐 안치의 비판적 시선은 작품 <Big Characters>(2015)에서 두드러진다. 영상은 신장 동부의 무인지대 근처에 돌로 쌓은 거대한 문자들을 비추며 시작하는 데, 이 문자들은 1968년 문화 혁명 당시 비밀 군사 공항을 위한 항로 표지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문화혁명의 구호들을 담고 있다. 현재 구글 지도를 통해 선명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이 문자들은 유토피아를 향한 당시의 갈망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기이한 을씨년스러움과 함께 과거의 상처를 전달한다. 영상은 이 문자들이 1968년 당시 세계를 휩쓴 일련의 사건들의 영상들과 함께 서서히 파도에 겹쳐지며 잠식되는 형상을 보여줌으로써, 모든 사회에 내재된 유토피아의 환상에 대해 비판한다.
작품 <Drill Man>(2016)은 전기 드릴을 갖고 다니는 한 젊은 남자의 황당무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에는 과학 기술 사회에 잠재된 긴장과 폭력성에 대한 반성이 넘친다. 쥐 안치 감독은 특유의 과장된 이야기 구조와 실험 정신으로, 물질사회에 미혹되고 잠식당한 인간의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후 쥐 안치는 정부의 검열을 비꼬기라도 하듯, 중국 경찰이 감금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발표한다. <A Missing Policeman>(2016)은 1983년 문화 혁명 이후 삼엄했던 시기에 불법 행위로 연행될 위기에 처한 예술가들이 경찰을 진압하고 그를 33년간 감금하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이 작품 속에서 실제 저명한 중국 비평가 및 예술가: 쩌 춘야(ZHOU Chunya), 왕 광이(WANG Guangyi), 장 샤오강(ZHANG Xiaogang), 쉬 빙(XU Bing), 딩 이(DING Yi), 팡 리준(FANG Lijun) 등이 본인의 역할로 등장한다. 젊은 예술가들에 의해 감금된 경찰은 33년간의 감금 동안 비평가, 예술가들을 마주하며 동시대 예술에 대해 배우게 되고, 이후에는 오히려 이미 저명한 예술가가 된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일종의 ‘도인’과도 같은 인물로 변모한다. 작가 특유의 해학이 가득한 이야기구조를 바탕으로 중국 현대미술이 흘러온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루고, 동시에 현대미술의 폐쇄성, 서구 의존도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1975년 중국 신장에서 태어난 쥐 안치는 1999년 북경영화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첫 작품 <There’s a Strong Wind in Beijing>이 제50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발표되며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상하이 PSA 미술관(Power Station of Art),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UCCA)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 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프랑스 퐁피두센터(Pompidou Center) 등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되며 영화계를 넘어 예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퐁피두센터, 뉴욕 링컨 센터(Lincoln Center), 중국 즈 미술관(Zhi Art Museum), 호주 화이트 래빗 센터(White Rabbit Gallery) 등에 소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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