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붉고 빛나는: Solo Exhibition
이동욱의 작품은 다양한 층위에서의 관계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다. 이 관계는 크게 주제적 측면에서의 사회와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고찰이거나, 혹은 감각적 측면에서의 특정 대상 그 자체의 본성이나 재료들의 시각적 특질을 극대화해서 풀어내는 방식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전자가 사회 속 복잡하고 나약한 인간 본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비판이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수집물들과 폴리머 클레이의 일종인 스컬피로 만든 인간 형상과 구조물과의 배치를 통해 표현된다면, 후자는 유사하면서 동시에 상이한 재료들이 연결되고 병치되면서 만들어내는 작품 표면에서의 감각적 예민함과 미적 자극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표현된다.
이동욱 개인전 《붉고 빛나는》도 작가가 구축해오고 있는 이 관계성들에 대한 최근 관심의 시각적 집합체다. 우선 4층에서 작가는 은색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을 뿐 매우 상이한 재료들이 연결되고 배치되면서 구축된 하나의 대형 설치 작품 〈빛나는〉(2024)을 선보인다. 명명된 제목처럼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이 작품의 재료들은 백금으로 덮은 나뭇가지, 여러 은색 오브제 그리고 은색 포장끈이다. 원재료인 나무를 드러내는 표면 텍스처와 그 표면을 덮은 백금이 표출하는 한없이 찬란하고 빛나는 은색과의 시각적 충돌, 그리고 백금의 은색과 포장끈의 은색 간 유사하면서 상이하게 빛나는 표면들의 차이가 만드는 이질적인 시각적 자극을 발견하고 느끼는데 본 작품의 묘미가 있다. 인간의 부재 속에서도 인간을 사유할 수 있는 게 이동욱 작품이 갖는 매력이듯, 이 작품에서도 인간은 부재하면서 동시에 가득하다. 5층에서는 기존에 작가가 다뤄온 특정 구조물 속 작은 인간 형상의 표현을 통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드러내는 시리즈의 연상선상에 있다. 단, 이 신작들에서는 기존에 즐겨 표현하던 살색 인간 형상의 직접적 표현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대신 구조적 표현이 더욱 강조되었다. 인간은 마치 으깨진 살덩어리처럼 표현해 구조 속 매몰된 존재로서의 인간을 상상해보게 한다. 대신 전작들에서 작가가 세심하게 만든 분홍색 피부가 유난히 두드러졌던 구상적인 인간 형상들이 아닌 몰드로 거칠게 찍어낸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한 붉은 색 인물상들이 등장한다. 그 결과 본 전시는 전시 제목이 제시하는 붉거나 혹은 은색으로 빛나는 것들의 시각적 향연을 일차적으로 풍요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그 시각적 유희 이후에는 거대한 구조들 속 인간을 찾아내고 그 관계성들을 사유해볼 수 있도록 감상자들을 유도한다.
이동욱은 2001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학부 졸업 후 2003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개인전으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24; 2012),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II(제주, 한국, 2016), 샬롯룬드갤러리(스톡홀름, 스웨덴, 2013), 두산갤러리(뉴욕, 미국, 2012) 등이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23; 2018; 2014; 2011; 2010), 대전시립미술관(대전, 한국, 2021), 인사이드-아웃 아트뮤지엄(베이징, 중국, 2017), 라이트박스(베니스, 이탈리아, 2013), 아트앤디자인 뮤지엄(뉴욕, 미국, 2011), 웁살라 미술관(웁살라, 스웨덴, 2011), 국립현대미술관(과천, 한국, 2010; 2009; 2004), 사치갤러리(런던, 영국, 2009), 토탈미술관(서울, 한국, 2009), 오사카미술관(오사카, 일본, 2007) 등이 연 단체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한국), 아라리오뮤지엄(한국), 버거컬렉션(홍콩), 루벨 패밀리 컬렉션(미국), 금일미술관(중국)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 및 재단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