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uid in Forms: Group Exhibition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의 재개관전 《Fluid in Forms 虚实相》가 2025년 3월 19일(수)부터 5월 11일(일)까지 징안구 쑤저우 강변에 문을 연 새로운 공간에서 개최된다. 큐레이터 량칭(LIANG Qing)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한·중·일 작가 10인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단체전이다. 김병호(b. 1974), 김인배(b. 1978), 이정배(b. 1974), 이승애(b. 1979), 임노식(b. 1989), 천위판(CHEN Yufan, b. 1973, 중국), 천위쥔(CHEN Yujun, b. 1976, 중국), 후윈(HU Yun, b. 1986, 중국), 포코노 짜오위(Pocono ZHAO Yu, b. 1990, 중국), 코헤이 야마다(Kohei YAMADA, b. 1997, 일본)가 참여한다. 본 전시는 한 세대를 아우르는 참여작가 10인의 작품세계가 드러내는 일상적 사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현실의 유동성에 관한 각자의 개별적 표현 방식을 탐구한다. 이를 통하여 동아시아의 시각적 전통이 오늘날의 글로벌한 맥락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변모하는지를 조명하고자 한다.
무형의 영역에서는 모든 것이 유동적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Fluid in Forms 虚实相(유동적 형태 ·허실상)’는 이러한 경계가 해소되는 혼돈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키우는 역동적인 존재, 지속적인 생성 상태를 의미한다. 동아시아의 전통적 표현에서는 명확하게 구분된 경계를 그리는 대신 여백과 모호한 공허를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더욱 풍부하게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재와 공허함, 불확정성 등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큰 존재의 가능성을 내재한다는 철학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형태의 모호함은 단단하고 구체적인 실체에 대한 집착을 줄여 사물의 고유한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사물의 의미를 해방시킨다. 그 결과 더 이상 고유한 물리적 특성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과 장을 넘나들며 더 넓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동아시아 전통 사상의 문맥에서 ‘상(相)’은 사물의 외형을 뜻하는 동시에, 인간의 의식이 그려내고 구축하는 주관적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 둘 사이의 유동성과 어긋남은 ‘허실(虛實)의 상(相)’ 또는 ‘허(虛)의 실상(實相)’을 만들어낸다. 이때 사물과 이름, 형상과 의미, 현실과 상상은 얽혀 공존하게 된다. 나아가 경계를 모호하고 흐릿하게 지워냄으로써, 실재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가능하게 한다. ‘허’와 ‘실’은 존재와 비(非)존재가 교차하며 발생하는 변형이나, 파악하기 어렵고 묘사하기 어려운 인상과 인식을 나타낸다. 그 결과의 파생인 ‘상’의 유동적 상황은 더 이상 단순히 사물의 외부 표현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에 의해 묘사되고 구성된 주관적인 이미지가 된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들은 일상의 사물을 탐구하며, 물질성과 명명, 형태와 의미, 현실과 상상이 서로 얽히는 새로운 관계를 표현한다.
기획: 량칭
작가 : 김병호, 김인배, 이정배, 이승애, 임노식, 천위판, 천위쥔, 후윈, 포코노 짜오위, 코헤이 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