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덕: 불가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2018년 8월 23일부터 2019년 1월 6일까지 조각가 이용덕(1956~ )의 개인전 《불가분 INDIVISIBILITY》을 개최한다. 이용덕은 추상화인 단색화가 화단을 풍미하던 1980년대 중반, 일군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미술의 현실 대면을 추구하는 《현상전(Present-Image)》에 참여하며 구상미술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했다. 그는 경계에 대한 인식과 모순적 요소들 간의 공존을 시각화한 ‘역상조각(Inverted Sculpture)’의 창시자로서 국제무대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역상 조각, 설치, 관객 참여형 미디어 작품 등을 넘나들며 철학적 사유를 담은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잘 알려진 역상조각 외에도 전부터 꾸준히 해온 바 있는 공간 설치, 움직이는 조각, 그리고 영상까지 대거 선보인다. 이로써 작가는 역상조각 작가로서 부각된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세상 만물 존재를 바라보는 작가 자신의 확장된 시각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전에 역상조각으로 ‘음과 양’, ‘안과 밖’과 같은 이항대립적 요소의 공존을 보여주었다면, 이제 그는 전시제목이 말해주듯 본디 존재가 개념적으로 양분되거나 나누어져 이해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붙여진 전시 제목인 ‘불가분’은 사전적 정의로 ‘나눌 수 없음’을 의미하는데, 작가는 ‘존재의 불가분성’을 이야기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B.C.515~445 추정)를 소환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전시장에서는 모터와 전자석을 이용한 움직이는 조각, 영상, 현장 설치 등 다양한 매체와 형태의 작품들을 통해 앞서 언급한 작가의 사유를 확인할 수 있다.
이용덕은 작품에서 인간이나 사물 등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들의 모습과 행위를 교묘하게 비틀어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시각화한다. 그 예로,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내젓는 커다란 인물 두상 조각 <Self-Dialogue>를 보며 우리는 그들이 마치 긍정과 부정을 표현하며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작가에 따르면 이는 우리가 부여한 의미일 뿐 두상 그 자체의 존재 방식과는 무관하다. 또한 작가는 존재이자 실존으로서의 우리의 삶의 모습에 대한 통찰을 작품에 담았다. 팽이 형상의 구조물 위에 불안정하게 회전하는 인물 조각 <Sway>, 반쯤 가라앉은 스폰지 배 조각 <Buoyancy>은 무심코 매일을 살아가며 간과했을 실존으로서의 우리 삶의 숙명적 조건들을 상기시킨다. 이외에도 전시장 벽 곳곳에는 일상적 풍경의 역상조각 작품 2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들은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을 눈을 사로잡으며 볼록함과 오목함, 안과 밖, 음과 양의 공존을 직접 확인시켜준다. 평범하고 친근한 배경과 인물 이미지에 끌려 다가간 관람객은 볼록해 보였던 형상이 어느 순간 오목함을 발견하는 특별한 시각적 경험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용덕은 1956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후 독일에서 베를린 예술종합대학에서 마이스터쉴러 과정을 졸업하였다. 1988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개인전을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슐 뮤지움, 중국 국립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19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세계 각국에서 10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1987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2011년 김세중 조각상, 2016년에는 문신미술상 본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했고, 현재도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