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쉰: 망새의 눈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17년 9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 세계적인 젊은 중국 작가 쑨쉰(孙逊, b.1980)의 개인전 <망새의 눈물(鸱吻的泪)>을 국내 최초로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가가 서울에 약 일주일 간 머물며 완성한 대형 두루마리 회화 작품을 포함, 설치와 영상 등 대표작 약 20여 점이 전관을 채울 예정이다.
쑨쉰은 이번 개인전을 위해 한국과 중국이 근현대기를 거쳐오며 겪은 공통된 경험과 양국의 문화적 유사성에 착안하여 ‘전통’과 ‘신비함’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준비했다. 전시 제목에 쓰인 ‘망새’는 전통 건축 양식의 용마루 끝 쪽 장식을 일컫는 명칭으로, 악한 기운을 쫓고 재난을 방지한다고 여겨졌다. 이번 전시제목 <망새의 눈물>은 ‘망새’로 상징되는 양국 고유의 전통과 아름다움이 서구문물과 현대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점차 자리를 잃어감을 아쉬워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기쁘게 맞이하는 양가적 감정을 함축적으로 담은 것이다.
쑨쉰은 북한과 몽골을 접경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辽宁省)성의 작은 광산 마을 푸신(阜新)에서 출생했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주도한 개혁개방(改革开放)(1978)으로 인한 변혁의 물결이 한창이던 1980년에 태어난 바링허우(80 后, 중국의 80년대생을 일컫는 말)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문화혁명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그 상흔을 목격하였으며, 사회주의 체제를 학습한 뒤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또한 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부모세대로부터 구전된 역사 사이의 괴리를 실감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국민당 당원의 조부모를 둔 쑨쉰의 가족은 문화혁명 당시 부르주아로 몰려 고초를 겪었다. 공장 직원이던 쑨쉰의 부친은 정치와 멀리하라는 당부와 함께 아들의 예술적 재능을 지지해 주었다. 이에 쑨쉰은 항저우(杭州)에 위치한 저명한 예술고등학교 중국미술학원 부속 중등미술학원(中国美术学院附属中等美术学院)을 거쳐 중국미술학원(中国美术学院) 판화과를 졸업하였다.
쑨쉰은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쳤던 이상적인 경제 체제와 직접 경험한 자본주의 체제 사이의 괴리감과 모순에 주목하였고 이를 작업의 주요 제재로 삼았다. 쑨쉰의 화법은 짙은 먹으로 기운생동하게 그려내는 중국 회화 기법 뿐 아니라 루쉰(魯迅)이 1920년대 말 주도한 신목판화운동(新兴木刻运动)의 맥을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그의 작품은 중국의 전통회화와 같이 서술적 요소가 강하지만 계몽적, 종교적, 정치적 주제와는 거리를 두고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을 통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쑨쉰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베이징에 설립한 ‘π(파이)’ 스튜디오와 함께 필름 누아르(film noir)적인 영상 작업을 지속하는 등 작품 영역을 계속하여 넓혀가고 있다.
쑨쉰은 최근 뉴욕 타임즈 스퀘어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목판화로 제작한 3D 영상 ‘Time Spy’(2017)를 뉴욕의 빌딩 전광판에 상영해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뉴욕 구겐하임뮤지엄에서 개최한 <Tales of Our Time>(2016)전에 참여하였고, 2014년에는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전시 < Ink Art: Past as Present in Contemporary China >에도 참여한 바 있다. 작년에는 중국 상하이 유즈미술관(余德耀美术馆)에서 개인전 <Prediction Laboratory>를 열었으며, 독일 오버하우젠 국제 단편영화제(2016) 및 베니스영화제(2010)등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 참여,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