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불분명한 대답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오는 3월 30일부터 5월 7일까지 이진주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삶의 순간 순간 떠오르는 다양한 파편들 속에서 우리는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서 있는 아름다움이나 기쁨, 혹은 잔혹함만을 남긴 상처나 트라우마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일상 속에서 무심하게 툭툭 떠오르는 형상들이 환기시킨 기억의 늪에서 이진주 작가는 특유의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워 집착하듯 이야깃거리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 이야깃거리들은 재해석 과정을 거친 후 캔버스 안에서 극도로 기이하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탈바꿈한다. 국내에서 6년만에 선보이는 이진주 작가(b. 1980)의 개인전 <불분명한 대답>은 기억과 망각에 대한 이러한 작가의 처절한 고뇌의 결과물이다.
기억과 망각에 대한 고민은 작가가 곳곳에 심어놓은 알레고리(Allegory)를 거치면서 그 기이함이 배가된 채 나타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들이 캔버스 표면을 표류하듯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다. 그녀들의 곁에는 어울리는 듯 어색한, 세심한 듯 거칠게 뒤엉킨 오브제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오브제들은 본연의 역할은 잊고 작가가 부여했을지도 모르는 알레고리 (allegory)를 품은 채 작가가 직조한 꿈과 같은 초현실적 공간에 배치된다. 크레그 오웬즈 (Craig Owens)는 ‘알레고리’를 작가가 특정 형상의 1차적 상징 그 이상의 것으로 해석한 “가장 객관적인 자연주의를 가장 주관적인 표현주의로, 가장 확고한 사실주의를 가장 초현실적으로” 변화 할 수 있고, “항상 파편적이고 불완전하며 미완성적인 것”이라 했다. 그것이 결국 의도건 아니건 이미 스스로 수수께끼와 같은 수많은 알레고리를 내포한 채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서 있는 이진주의 작품은, 초현실적이며 몽환적인 미지의 세계에서 보는 이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또 다른 해석들을 끊임없이 소환해낸다.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는 문장, 혹은 ‘불분명한 대답’과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