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의 풍경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16년 12월 15일부터 2017년 1월 22일까지 <직관의 풍경 Intuitive Landscape>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웅현(b.1984), 노상호(b.1986), 박경근(b.1978), 박광수(b.1984), 안지산(b.1979), 윤향로(b.1985) 등 한국의 젊은 작가 6명의 신작 회화 및 영상, 설치, 드로잉 등을 선보인다.
여전히 우리는 기호나 언어, 상징 그리고 보편 개념을 통해 그 이면에 있는 사물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곤 한다. 과연 그런가? 어쩌면 이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실수이거나 집단 최면이 아닐까? 최근 몇 년간 동시대 작가들의 근작들을 보거나 그들의 생각을 듣게 될 기회가 생길 때 마다 문득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그렇다면, 기호나 상징, 혹은 보편적인 개념을 볼모로 삼지 않고 실재를 직접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며 이는 시각적으로도 경험이 가능할 것인가? 이렇게 시작된 궁금증에서 본 전시 <직관의 풍경 Intuitive Landscape>은 시작된다.
실재를 직접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그리고 시각적 경험으로의 확장이 가능한 방법론을 생각하던 중 떠오른 단어는 ‘직관 Intuition’이었다. 직관은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쉽게 쓰는 단어지만, 단언컨대 결코 녹록치 않은 단어다. 이 단어를 조금 더 이론적으로 사유해보기 위해 앙리 베르그손 Henry Bergson을 소환해보려 한다. 베르그손은 기호와 언어체계를 사용하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지성’이라 불렀고, 이 지성은 실재를 간접적으로 밖에는 알아낼 수 없음을 지적했다. 반면 실재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직관’을 제시했다. 그는 실재는 지성이나 개념에 의하여 인식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직관만이 그 실재의 생생한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인간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흐르고 변하는 생성 자체임을 밝히려 했다. 그렇다면 이 직관은 철학상의 인식 능력이면서도 결국은 예술에서의 감정과 정서의 표현 행위와 별개 시 될 수 없다.
본 전시는 베르그손이 제안한 이 직관적 사유가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그 중에서도 특히 동시대 일군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남에 대한 정리이자 직관적 사유에 대한 시각적 시도이다. 안지산, 박경근, 노상호, 박광수, 윤향로 그리고 김웅현으로 구성된 6명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파편화되고 수집된 이미지들이 고정된 존재나 구조에서 아주 조금씩 미끄러져 나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이 직관적 방법론에 기대어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