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
본 전시는 1998년 사진조각 시리즈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을 발표한 후, 2003년 평면조각 "더 플랫The Flat"을 발표하며 영 코리안 아티스트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권오상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데오도란트 타입"이나 "더 플랫" 시리즈 외에 "더 스컬프쳐The Sculpture"라는 새로운 연작을 선보인다.
1998년 사진조각 시리즈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을 발표한 후, 2003년 평면조각 “더 플랫The Flat”을 발표하며 영 코리안 아티스트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권오상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기존의 “데오도란트 타입”이나 “더 플랫” 시리즈 외에 “더 스컬프쳐The Sculpture”라는 새로운 연작을 선보인다. 사진과 조각 사이 연구를 마치고 등장하는 새로운 연작의 발표와 더불어, 2005년 초 파격적인 계약으로 국내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 8명 중 첫 번째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권오상의 개인전에 최적의 전시환경을 제공하고 전속작가를 프로모션하기 위해 그동안 지적 받아왔던 조명설비를 교체하는 공사를 대대적으로 진행중이다.
권오상은 1998년 ‘가벼운 조각’의 개념에서 시작한 ‘데오도란트 타입’을 발표하면서 조각의 장르, 그 중에서도 물성과 재료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며 현대적인 감각으로 조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석조, 목조, 청동 이라는 재료만이 아니라 플라스틱 류의 견고한 조각을 만들어내기 위한 근대적인 재료들을 외면하고, 얇은 사진들의 표면으로 이루어진 조각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이미지의 시대가 담고 있는 속성들, 파편적 속성과 무한한 복제의 가능성, 가벼움과 용이함을 표상하기에 더없이 적절했다. 또한 필름의 현상부터 인화까지 사진기술의 메커니즘은, 조각의 원형제작과 형틀, 주물의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도 사진 표면으로 구성된 조각은 다양한 지점을 시사하고 있다.
“데오도란트 타입”을 설치의 영역까지 확장 시키고 국내외 많은 전시에 참여하며 주목을 받게 된 권오상은 2003년 “더 플랫” 시리즈를 발표하며 사진과 조각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진일보 시킨다. 잡지 광고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미지인 시계, 보석, 화장품 등을 오려내 간단한 철사 구조물로 각각의 종이조각이 자립하게 만들어서는 조각의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스톨한 장면을 사진평면으로 제시함으로써, 그 자체로 사진이자 조각이 되는 작품을 등장시켰던 것이다. 잡지에서 오려낸 고급 브랜드 제품들을 소재로 한 “더 플랫” 시리즈는 사진과 조각이라는 장르에 대한 실험과 도전이자 광고 이미지로 대표되는 현대의 고도 소비문화를 가치 중립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이다.
현대적인 감각을 사진을 통해 조각이라는 장르와 결합시키는 이러한 시도들은, 권오상의 정체성을 사진가와 조각가 사이에 놓이게 했다. 그러나 이번 개인전의 신작 ‘더 스컬프쳐The Sculpture’는 지금까지 권오상의 작가적 행보가 의심할 여지 없이 조각가였다는 듯 제목 그대로의 ‘조각’ 작품이다. ‘로댕이 오늘날 살아있었다면 어떤 작업을 만들어냈을 것인가’를 생각했다던 권오상의 이야기처럼, ‘더 스컬프쳐 II’ 와 ‘더 스컬프쳐 V’는 전통적인 조각의 기법으로 가장 현대적인 소재를 다루는 작업이다. 길이 4미터, 폭 2미터가 넘는 슈퍼카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Lamborghini Murcielago’와 슈퍼 바이크 ‘듀카티 996 Ducati 996’을 청동으로 제작한 신작은 그의 모든 작품에 조각의 지위를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동시대의 시대 감성에 대한 오마쥬이다.
이번 개인전에 출품되는 ‘데오도란트 타입’과 ‘더 플랫’의 신작들은 같은 시리즈의 기존 작품들보다 훨씬 밀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새로운 연작 ‘더 스컬프쳐’는 오늘날 어떤 작가의 조각 작품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견고하고 조각적이다. 권오상의 신작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조각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것은 작가 권오상의 정체성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진을 통해 끊임없이 조각과 현대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권오상의 연구가, 오늘날의 조각이 어떻게 더욱 조각다운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는 데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