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Magic Hour
아라리오 천안에서는 오는 1월 26일부터 3월 11일까지 스위스, 이태리, 벨기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섯 유럽 작가 작품을 <우리의 마법 같은 시간(Our Magic Hour)>라는 제목으로 전시한다.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노래 제목 같이 들리는 <우리의 마법 같은 시간(Our Magic Hour)>이라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전시에 포함된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감지되는 멜랑콜리함과 낭만주의를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는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스위스관을 대표할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를 비롯하여 2005년 베니스 아르세날의 메인 입구 전시관을 장식했던 모니카 본비치니(Monica Bonvicini)와 같이 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이지만 아직 아시아에서는 낯선 주요 유럽 작가들의 작품들이 보여진다.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노래의 제목 같이 들리는 <우리의 마법 같은 시간(Our Magic Hour)>이라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전시에 포함된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감지되는 멜랑콜리함과 낭만주의를 표현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밀로반 화로나토는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과 같은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전성기를 지나 이를 토대로 재탄생한 건조한 낭만주의, 즉 우울질의 낭만주의를 유럽 현대 미술의 주요 특징이라 지적하며, 이를 이번 전시의 컨셉으로 삼았다.
<유성의 어두운 흐름을 지나서(Across Dark Stream of Shooting Stars)>라는 제목을 가진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은 100년이 넘은 올리브 나무를 레진으로 떠서 만든 작품으로 이 작품과 함께 설치되는 눈을 내리게 하는 장치인 <과거? 현재? 미래? 그런 건 없어(Pas? Present? Future? No Such Things)>와 거울을 이용한 <윈터링아웃(Winteringout)>은 환상적인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을 전시장 안에 연출한다.(우고 론디노네는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스위스관을 대표할 작가 이다.)
한스 옵드 벡의 <테이블(1) Table(1)>은 성인 남성의 키만한 높이를 가진 8M 길이의 식탁 이다. 디저트와 담배가 수북히 쌓인 재떨이가 올려진 이 식후의 테이블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식탁 옆에 선 모든 사람을 2-3살 짜리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돌려 놓는다.
데이비드 렝글리의 <어두운 밤, 갑작스레 다시 밝아지다(The Night, it Suddenly Became Bright Again)>은 모든 사물이 까맣게 칠해진, 그리고 벽지마저도 까만 검은 방을 만든 작품 이다. 데이비드 렝글리는 이 검은 방 한가운데 톱밥을 뿌려 놓음으로써 시각적으로 마치 강한 스포트라이트가 이 어두운 방을 비추고 있는 것과 같은 시각적인 착각을 유발시킨다. (데이비드 렝글리는 바젤 아트페어의 주요 스폰서인 UBS가 매년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마르쿠스 쉰발드는 <사랑에 빠진 10명(Ten in Love)>은 10명의 인물이 기이한 천정 구조를 가진 공간 속에서 저마다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여 있는 영상 작품이다. 굽이 없는 하이힐을 신고 있는 여성, 기이한 구조물에 몸을 맞춰 꼼짝 않고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 끊임없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남성, 여성 다리 모양의 기이한 조형물을 자신의 목에 두르고 있는 남성. 각각의 인물들은 어떤 감정적 표현도 하지 않고 무표정이지만, 여러 개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동시에 극적인 조명 연출은 무표정한 얼굴 뒤편에 감추어진 감정의 세계를 문득문득 드러낸다. (마르쿠스 쉰발들의 비디오 작품은 테이트 미술관에도 소장되어 있다.)
모니카 본비치니의 <눈먼 샷(Blind Shot)> 공중에 매달린 드릴과 그것을 향한 길목을 막고 있는 검은 밸트로 엮어 만든 침대 모형의 구조물로 구성된 작품 이다. 이 작품은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아르세날전의 메인 로비를 장식했던 작품으로 모니카 본비치니는 공간을 이용한 작품을 주로 제작하면서 성의 문제를 다룬다. 공중에 매달린 드릴은 정기적으로 작동하는데, 마치 총과 같은 모양의 드릴은 남성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여기에 가죽 벨트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한 발 더 나아가 이 작품이 남성의 성적 욕망과 분출, 그 후의 허무함등을 연상시킨다.
마지막으로 로베르토 코기의 사운드 설치 작품인 <메이 구이(Mei Gui)>는 1940년에 상하이에서 녹음된 라는 팝송을 로베르토 코기가 직접 자신의 방식으로 변형시켜 리바이벌한 작품 이다. 원곡 는 원래 카바레 음악으로 만들어진 곡으로 1949년 사상이 불순한 음악이라 하여 금지되고, 그 작곡가 Chen Ge Xin은 투옥된 후 사형당한 바 있다. 원곡은 장미의 아름다움에 관한 곡이었는데, 로베르토가 이 음악을 다시 부르면서 자기가 만든 신조어를 사용하여 그 의미를 음악에서 삭제시켜 버린다. 하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이 의미가 없는 것인지를 모르고 어떤 의미일까를 상상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그 동안 미국이나 유럽 열강의 미술, 혹은 현대 미술의 주요 사조만을 소개해왔던 여타의 전시와는 달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그리고 살아가야 할 내일을 고민하는 다양한 유럽의 동시대 작가들의 정신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이다.
전시 참여 작가
모니카 본비치니 Monica Bonvicini, 1965, 이태리
로베르토 코기 Roberto Cuoghi, 1973, 이태리
한스 옵드 벡 Hans Op de Beeck, 1969 벨기에
데이비드 렝글리 David Renggli, 1974 스위스
우고 론디노네 Ugo Rondinone, 1964 스위스
마르쿠스 쉰발드 Marcus Schinwald 1973 오스트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