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는 철저히 계획된 도면과 조직화된 시스템을 통해 작품을 ‘생산’한다. 작가의 드로잉은 작업의 방향을 시각화하고 설계도는 재료의 특성을 반영하며 수리적 계산이 뒤따른다. 작가는 도면에 따른 작업을 수행할 최적의 기술자나 공장을 찾는 전 과정을 컨트롤한다. “핸드 드로잉보다는 메커니컬(mechanical, 기계로 작동하는) 드로잉에 더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김병호는 어릴적 배나 학을 색종이로 접어 만들었던 경험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철판을 꾸겨 만든 오브제를 사람들이 받아들일까? ‘철판의 예각’은 주의를 기울인다. 제철소에서 만든 산업용 자재 철판이 용도에 따라 위험한 기물이 될 수 있다는 게 메시지이다. 작가가 왜 그런 작업을 했는지를 관객이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