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는 이전의 작업에서 어떤 연결을 이루고 또 도약하고 있을까. <위대한 챕북>전은 형상을 화면에 얇게 칠해 서사와 맥락의 무게를 덜어냈다. 자신을 먹지 같은 사람이라 설명하며 최대한 얇아질 것을 주문하는 작가의 태도는 쏟아지는 이미지로부터 주체적 선택과 사고를 최소화하고 어떤 면에서는 주도권을 내어주는 양상을 수행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작업은 앞서 그림의 서사와 의도를 최소화하는 기존 작업의 그 최소화마저도 AI에 맡겨둠으로써, 서사와 의도를 아예 폐제해버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술하는 것은 AI에 공정상의 무게를 두고자 사전에 이미지를 선택해서 제공하는 주체의 행위를 누락하고 말 것이다. AI가 생성하는 이미지를 전면에 두지만, 그 뒤에는 AI 사용자이자 소스 제공자로서 주체가 있다.
아트인컬처: 홀리
남웅, 아트인컬처, 1 April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