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작가는 회사원처럼 일하는 작가로 유명해. 매일매일 온라인 세상에서 부유하는 이미지를 종이에 옮겨서 그리는데, 정확히 말하면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는 여러 이미지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프린팅한 후 실루엣을 먹지로 따서 종이에 그려내는 작업이 스타일이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규칙적으로 일하면서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장은 그리는 게 철칙이고. (요즘도 그러겠지?) 특히 그의 시그니처 작품 ‘The Great Chapbook’은 마치 상상을 이어 붙이듯 하루에 조금씩 이미지를 그려 넣는 근면성실함이 돋보여.
근데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업은 기존과는 다른 맛이 있더라고. 노상호 작가는 자기 시야에 포착되는 동시대적 이미지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야.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범람한 3D 이미지 때문에 아예 3D 프로그램을 배워서 자기가 모델링하고 각도를 바꾼 장면을 큰 캔버스에 옮기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큰 화면을 붓으로 칠하면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 도구도 에어브러시로 바꿨고. 이런 특성이 시대적인 이슈와 만나서 아주 흥미롭게 진화했더라고. 요즘 유행하는 AI 생성 이미지가 그 주인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