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탐닉의 정원

문소영, 중앙일보, 4 January 2025

‘정원’은 자연에 대한 동경을 연상시키는 반면, 김 작가의 모든 조각 작품은 정밀한 설계도를 만들고 공장에 위탁해서 그 설계도대로 규격화된 모듈을 생산한 다음 조립하는 방식으로 창작된다. 그 과정이나 결과물 모두 산업화 시대의 기계미학을 구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제목 ‘정원’을 즐겨 쓰는 것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원은 인간이 손을 댄 자연입니다. 옛날 시골집 뜰조차도 주인이 의도한 대로 식물과 나무를 심어 꾸미고 연출한 것이죠. 오늘날 도시에서는 건물이나 큰 단지를 지을 때 정원을 필수적으로 넣으면서 더욱 극적인 연출을 하죠. 도시 밖 날것으로서의 자연이 아닌, 도시 안에서 인위적으로 계획적으로 만드는 자연, 그것을 ‘정원’이라는 단어가 대표한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