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자(1942~2017)는 지난 1년간 가장 극적으로 재조명을 받은 작가다. 1960년대 국내 최초로 누드 퍼포먼스를 벌이며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때만 해도 그는 미술계 최고의 ‘이슈 메이커’였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을 피해 10여년간 해외로 이주했다. 미술계는 그를 금세 잊었고, 1980년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타계할 때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전이 찾아온 건 올해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이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를 개최하면서다. 관객들이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으로 꼽은 작품이 바로 정강자의 설치작품 ‘키스 미’. 한국 실험미술에 대한 재평가 바람과 여성 작가들이 조명되는 최근 세계 미술계의 분위기가 겹치면서 그는 순식간에 다시 ‘핫한 작가’가 됐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주요 여성 작가를 기리는 ‘모던 우먼’ 섹션에 정강자가 유일한 아시아인 참여 작가로 선정됐던 것도 이런 맥락 덕분이다.
한국경제: '잊혔던 실험미술 선구자' 정강자, 화가로 다시 보다
성수영 기자, 한국경제, 23 November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