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작가의 작품은 일상과 현실에 맞닿아 있습니다. 작가의 시니컬하고 냉정한 시선은 유머스럽고 재치 넘치는 표현 방식을 통해 부드럽게 전달되지만 작품의 내용은 언제나 진지하고 무겁습니다. 매체 선정이나 표현의 방식은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의 취향에 많은 부분 기대지만, 그의 작품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에 대한 진지한 관찰을 통해 현실에 대한 고발이나 비판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트로피>는 작가의 다양한 수집물 사이에 섬세하게 배치된 인간의 형상이나 잔재, 흔적 등이 한꺼번에 버무려진 조합들을 통해 인간과 사회라는 분리 불가능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관계 속에서 파생될 수 밖에 없는 소외, 균형, 분열, 고립 등에 대한 화두를 언제나 그래왔듯 잔잔히 짚어내고 있습니다.

에코 누그로호는 인도네시아의 현대 미술을 대변하고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벽화, 걸개 그림 등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매체를 기반으로 조각, 퍼포먼스, 만화책 등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온 작가입니다. 

누그로호의 정방형 캔버스 작품에서는 작가가 주목하고자 한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용과 싸우는 기사, 인도네시아의 울창한 정글 속 얼굴을 가리고 잠복해 있는 피에로와 원숭이, 흐드러진 꽃 속에 티셔츠를 입고 서 있는 인물들은 모두 눈만 보이게 그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가리고 있는 이들의 눈에서는 특별한 의도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가는 가면, 즉 가려진 얼굴에서 민주주의와 평등 그리고 평화 이면에 숨어있는 폭력과 차별, 그리고 역사가 목도해온 혼란을 비춰보고 있는 것입니다. 만화의 한 컷처럼 화면을 가득 채운 누그로호의 화려한 붓질에서는 화합과 평화를 줄곧 소망해온 작가가 느껴온 혼란의 감정을 읽어 볼 수 있습니다.

변순철 작가는 인간에 대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대상을 충실하게 관찰하고 촬영하는 작품 속에 치열한 자기의식을 녹여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사진가로서 작가는 대상 혹은 사실을 장식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특정 시대의 사회문화, 역사성,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마주하는 진실을 사진적 시간 속에 담아내어 왔습니다. 작가는 현재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이며, 2020년 10월 성곡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작가의 <짝패> 시리즈는 관계성과 그 안에서 나타나는 자유 그리고 종속이라는 양립 적인 가치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인종의 연인 그리고 그 사이에 태어난 가족을 촬영한 <짝패> 시리즈는 작가가 뉴욕에 거주하며 경험했던 사회 문화적 차이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작가는 인물들의 매우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을 드러냄으로써 관계 속의 닮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없는 다름을 표현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