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현: 더 홈: Solo Exhibition
부지현(b. 1979)은 이번 전시를 위해 구상하고 제작한 대규모 설치작품 <더 홈(The Home)>을 통해 생명의 발원지이자 궁극적인 안식처, 나아가야 할 목적지로서의 의미를 포괄하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그가 꾸준히 사용해 온 폐집어등, 금속 구조물, 거울을 결합한 설치작품은 공간 내에서 빛의 움직임을 받아들이고 반사하며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빛과 어둠, 형태와 여백은 낯설면서도 안락한 균형을 이루며, 일상적인 시공간을 새롭게 감각하도록 만든다.
이동의 개념은 작품의 중요한 주제다. 장소 간 이동의 경험은 빛, 공간, 시간의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전시실 입구를 가득 채운 대형 타원형 거울은 작품이 설치된 공간과 그 너머를 연결하며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어 공간의 확장 및 또 다른 장소와의 연결성을 체험하게 한다. 금속 조각들로 결합된 대형 구조물은 우주선의 엔진을 연상시키는데, 정적인 오브제가 아닌 전시장의 시공간 속에서 동적으로 변화하는 상징적 형태로서 작동된다. 장소의 바깥으로부터 안쪽으로, 깜빡이는 불빛이 신호처럼 이어지며 다음 행성으로 향하는 항해의 여정을 암시한다. 구조물 중앙에 집적된 폐집어등은 제주 출신의 작가가 유년기부터 보아 온 사물이자 작품세계의 중심을 이루는 소재이다. 폐집어등에 푸른 불빛이 들어오는 순간 주위의 공간은 바다처럼 물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잊힌 고향과 상실된 보금자리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빛이다.
금속 몸체를 가로질러 수평으로 나아가는 빛의 신호는 폐집어등의 영역을 지나 이내 공간의 가장 안쪽, 구조물의 끝자락에 설치된 프리즘에 도달한다. 작은 프리즘 렌즈에 닿은 빛은 달과 태양, 미지의 우주를 연상시키는 도형들을 벽면에 투영한다. 수없이 교차하는 빛과 그림자의 형상은 행성 간 상호작용과 우주의 주기적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탄생과 소멸의 원리를 암시한다. 프리즘을 통해 산란된 빛은 다양한 색과 형태로 확장된다. 켜지고 꺼지는 빛의 패턴은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이는 단순한 장소 개념을 넘어 장소 간 이동에서 경험하는 감각과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기억, 정서적 연결성을 빛으로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기억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는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성찰하게 된다.
부지현은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과 졸업 후 성신여자대학교 조형대학원 미디어프린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조명박물관(양주, 2022), 연천 아트하우스(연천, 2021), 환기미술관(서울, 2021), 유네스코 HQ(파리, 2018), 문화비축기지(서울, 2018),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울, 2018), 송은아트큐브(서울, 2012)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제주비엔날레(제주, 2024,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광주, 2021), 갤러리 살리하라(자카르타, 2021), 블라디보스토크 비엔날레(블라디보스토크, 2017), 관두비엔날레(타이페이, 2012)에 참여했으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 2022), 토탈미술관(서울, 2022; 2020; 2013), 제주현대미술관(제주, 2021; 2019; 2016), 제주도립미술관(제주, 2017; 2012; 2011), 아모레퍼시픽미술관(제주, 2017; 2014),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제주, 2016)에서 개최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등 주요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